Festival Insight · 제37호

축제의 규칙을 누가 쓰는가 — 브라질은 표를 법령으로 옮겼고, 100만 명의 밀집도는 기지국이 읽었다

브라질 정부가 8월 31일 서명한 명령은 봇을 쓴 대량 구매 금지부터 수수료를 포함한 가격 표시, 무료 명의 이전, 취소·연기 시 전액 환불까지 티켓 시장을 통째로 규정한다. 같은 주말 아일랜드에서는 무대 앞 군중이 무너져 공연이 시작 전에 취소됐고, 한국에서는 100만 명이 몰린 불꽃 행사의 밀집도를 주최자의 계수기가 아니라 통신 3사의 기지국이 읽었다. 이번 호에서 규칙을 쓴 주체 가운데 축제 조직은 하나도 없었다.

발행 2026.09.072026-W37 · 9월 2주차
축제 입장 팔찌를 여러 개 찬 두 손이 인파 위로 휴대전화를 들어 무대와 관중을 화면에 담고 있다
축제 입장 팔찌를 여러 개 찬 두 손이 인파 위로 휴대전화를 들어 무대와 관중을 화면에 담고 있다
이 글의 차례 · 6개 절
  1. 이번 주 핵심 — THIS WEEK POINT
  2. 이번 호 핵심 트렌드
  3. 세계 현장에서 온 단서
  4. 한국 축제 현장
  5. 곧 우리에게 올 것
  6. 편집장의 글

이 호의 기사 8편 가운데 2편을 공개합니다. 회원가입만으로 5편을 읽을 수 있습니다.로그인회원가입 →

이번 주 핵심 — THIS WEEK POINT

  • 한 나라가 축제의 표를 파는 방식을 통째로 법령으로 옮겼다. 브라질 정부가 8월 31일 서명한 규제 명령은 공연과 축제의 1차·2차 티켓 시장을 동시에 겨눈다. 봇을 쓴 대량 구매 금지, 재판매 사이트의 공식 채널 여부 명시, 수수료를 포함한 가격 표시, 액면가보다 비싸게 팔 때의 고지 의무, 무료이면서 추적 가능한 명의 이전 절차, 그리고 취소·연기·중대한 변경이 생기면 수수료까지 포함한 전액 환불이다. 같은 날 서명된 다른 명령은 1,000명 이상 행사에서 관객이 개인 물통을 들고 들어갈 수 있게 했다. 2023년 리우의 한 대형 공연에서 스물세 살 관객이 숨진 뒤 3년 만이다.
  • 관객이 무너지는 일이 두 대륙에서 같은 주말에 다뤄졌다. 아일랜드의 8만 명 규모 축제에서 무대 앞 군중이 무너져 예정된 공연이 시작 전에 취소됐고, 주최 측 대표는 현장 기자회견에서 "무너지는 것이 보이자마자 즉시 멈췄다"고 말했다. 같은 주말 영국의 여러 축제가 폭우와 뇌우로 공연을 중간에 끊었다. 한국에서는 100만 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 불꽃 행사에 통신 3사가 인공지능 기반 망 운용 체계를 처음으로 투입했다. 기지국 접속자 수와 트래픽 변화가 인파의 밀집도와 이동 흐름을 읽는 자료가 된다.
  • 축제의 위험을 누가 지느냐는 질문이 이사회 구조의 문제로 옮겨 갔다. 호주에서는 한 문학 축제 이사회가 초청을 철회하자 수십 명의 작가가 철수했고, 며칠 만에 감독이 사임하고 이사들이 물러났으며 행사 자체가 취소됐다. 호주의 전업 예술가 가운데 자기 주 종목에서 급여를 받는 사람은 네 명 중 한 명이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프로젝트 단위나 작품 단위로 계약한다. 계약 관계가 그렇게 짜여 있으면 논란이 생겼을 때의 위험은 조직이 아니라 개인에게 남는다.
  • 행사 산업이 자기 시장과 자기 직업을 처음으로 문서로 만들기 시작했다. 독일에서는 행사 장소와 기획자 양쪽을 한 보고서에 담은 첫 통합 조사가 나왔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결론은 경쟁이 문의보다 먼저 시작된다는 것이었다. 기획자는 온라인에서 훑는 동안 이미 후보 목록을 만들고, 연락처를 찾기 어렵거나 응답이 느린 곳은 문의 자체를 받지 못한 채 탈락한다. 인도에서는 마하라슈트라주가 컨벤션뷰로를 세우고 도시 단위 조직까지 만들면서, 관광대학이 몇 시간만 다루고 마는 행사 분야에 전용 학위 과정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 논의가 한국 행사 인력 정책에 닿기까지는 대체로 12~18개월로 본다.

이번 호 핵심 트렌드

한 나라가 표의 규칙을 법령으로 옮겼다 — 그리고 같은 달, 시장은 줄의 규칙을 다시 썼다

브라질 대통령이 8월 31일 서명한 규제 명령은 이 나라에서 공연과 축제의 표가 팔리는 방식을 국가 문서로 다시 쓴다. 스포츠 경기는 별도 법령이 관할하므로 대상에서 빠지고, 콘서트와 축제를 비롯한 유료 행사 전반이 그 대상이다. 명령은 이달 말까지 전면 시행된다.

내용을 뜯어보면 두 개의 시장을 동시에 겨눈다. 재판매 쪽이 더 촘촘하다. 봇을 이용한 자동 대량 구매가 금지되고, 재판매 사이트는 자기가 공식 판매 채널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표시해야 한다. 판매자는 수수료를 포함한 가격을 표시해야 하고, 액면가보다 비싸게 파는 경우에는 그 사실을 구매자에게 알려야 한다. 다만 재판매 가격의 상한은 두지 않았다. 대신 플랫폼에 상습적·직업적·조직적 재판매를 식별하는 장치를 갖추도록 요구했고, 판매자가 법인인지 개인인지 밝히게 했다. 가격을 묶는 대신 누가 파는지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1차 시장 쪽 조항도 가볍지 않다. 티켓 회사는 대량·남용적·투기적 구매를 막는 조치를 갖춰야 하고, 수요가 몰리는 행사에서는 대기열과 사전 등록, 1인당 구매 한도에 대한 기술적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가격은 수수료를 포함해 표시한다. 그리고 구매자가 표의 소유권을 넘길 수 있는 절차를 무료로, 진위와 추적과 보안이 확보된 방식으로 제공해야 한다. 행사가 취소되거나 연기되거나 중대하게 바뀌면 수수료를 포함한 전액을 환불한다. 온라인만이 아니라 현장 판매에 대해서도 안전, 접근성, 대기 줄, 소비자에 대한 예우를 다뤘다.

문화 정책의 성격을 가진 조항도 있다. 브라질에는 청년층에게 반값 표를 주는 제도가 있는데, 명령은 여기에 붙는 수수료를 제한하고 판매자가 반값 표의 배정 비율을 표시하도록 했다. 그리고 "법이 정한 반값 혜택에 대한 접근을 줄이거나 방해하는 어떤 관행도 남용적"이라고 못박았다. 규칙을 지키되 그 규칙의 취지를 우회하는 설계를 미리 막겠다는 문장이다.

이 명령이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다. 브라질 소비자보호국은 7월에 한 대형 재판매 채널을 상대로 절차를 열어 자신이 2차 시장임을 눈에 띄게 밝히라고 명령했고, 이어 다른 재판매 사업자들과 또 다른 대형 플랫폼의 현지 영업에 대해서도 조사에 들어갔다. 개별 사업자를 상대로 한 조치가 몇 달 쌓인 끝에 산업 전체의 기준으로 정리된 셈이다.

같은 날 서명된 또 하나의 명령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1,000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에서 관객이 개인 물통을 갖고 들어갈 수 있게 했다. 기온이 섭씨 38도를 넘던 시기에 나온 결정이고, 배경에는 2023년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대형 공연에서 스물세 살 관객이 숨진 사건이 있다. 당시 관객들은 물을 구하기 어려웠다고 호소했다. 3년이 지나 그 사건은 물 판매 수익의 문제가 아니라 입장 규정의 문제로 정리됐다.

한편 같은 달 브라질의 라이브 마케팅 업계에서는 전혀 다른 종류의 규칙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대상은 표가 아니라 줄이다. 올해 3월 한 대형 음악 축제가 브랜드 체험 공간 앞의 긴 줄로 곤욕을 치렀다. 굿즈를 받으려고 몇 시간을 선 사람들이 공연을 본 시간보다 기다린 시간이 길었다고 불평했다. 그동안 이 업계에서 긴 줄은 대체로 성공의 증거로 읽혔다. 줄이 길다는 것은 그 체험이 욕망의 대상이 됐다는 눈에 보이는 증명이었고, 그 해석은 기획 회의까지 그대로 올라갔다.

그런데 기다림이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 들여다본 연구는 다른 답을 내놓았다. 미국과 홍콩의 두 연구자가 줄의 유무와 길이를 바꿔 가며 실험한 결과, 시장의 직관은 어느 지점까지만 맞았다. 문 앞의 줄은 사회적 증거로 작동해서 들어가기도 전에 그 체험에 대한 기대치를 올린다. 한계는 시계에 있었다. 대략 15분까지는 기다림이 긍정적으로 작동하지만 그보다 길어지면 브랜드 경험을 깎아내린다는 것이 2024년에 발표된 결론이다.

이 줄의 상당 부분은 문이 열리기 몇 주 전에 만들어진다. 굿즈를 미리 공개하는 관행이 지난 축제 이후 시장에 자리 잡았고, 올해 대형 축제는 그것을 규모 있게 반복했다. 8월 18일 후원사 발표 자리에서 이레 동안 나눠 줄 약 100만 개의 굿즈 목록이 브랜드별로 하나씩 공개됐다. 홍보로는 훌륭하다. 부스를 세우기도 전에 언론에 오른다. 그러나 그 예고는 현장에 도착할 때 목적지가 정해진 수요로 바뀐다. 관객은 무엇을 어느 브랜드의 어느 자리에서 받을지 이미 알고 온다. 게다가 요즘의 굿즈는 희소하고 값이 붙는 물건이라 축제가 끝난 뒤 되팔리는 일도 드물지 않다. 그래서 9월의 줄은 예측 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이미 예약돼 있다.

업계가 찾은 답은 가상 대기열이다. 정해진 자리에 서 있는 대신 시각을 배정받고 그동안 다른 곳을 돌아다니게 하는 방식이다. 한 기술 회사가 만든 플랫폼은 QR 코드로 줄에 들어가고 차례가 되면 메신저로 알린다. 올해 대형 축제에서는 초콜릿 브랜드와 통신사, 항공사가 이 방식을 쓴다. 이 회사 쪽 설명에 따르면 최근의 변화는 문의량이 아니라 대화의 성격에 있다. 예전에는 줄이 성공한 체험의 자연스러운 결과로 다뤄졌지만, 이제는 예산서와 기획서에 해결해야 할 문제로 올라온다는 것이다.


관객이 무너진 자리 — 아일랜드에서 멈춘 무대, 100만 명의 움직임을 읽기 시작한 통신망

8월 마지막 주말 아일랜드 리시 주에서 열린 축제에 사흘 동안 약 8만 명이 모였다. 금요일 밤 하우스 음악 디제이의 공연이 예정돼 있었으나 그가 무대에 오르기 전에 취소됐다. 무대 앞 군중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축제를 운영하는 회사의 대표는 현장 기자회견에서 한 매체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무너지는 것이 보이자마자 즉시 멈췄다는 것이다. 그는 군중이 가득 차고도 무너지지 않는 경우가 있으며 그날 다른 무대에서는 어느 시간대에도 그런 일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왜 하필 그 순간에 무너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무너진 순간 멈췄다는 말이었다. 현장에 있던 한 관객은 그 상황을 소리 없는 폭발 같았다고 표현했다.

같은 축제에서 다른 디제이의 공연 때도 인원이 몰려 문제가 보고됐다. 이때는 진행 요원과 경찰이 무대 구역 진입을 제한했고, 축제 공식 앱을 통해 관객에게 알림이 발송됐다. 사후 대응이 아니라 진행 중 통제였다는 점이 앞의 경우와 다르다. 같은 주말 영국 여러 축제도 날씨로 어려움을 겪었다. 잉글랜드 북부와 남부의 대형 축제들이 비와 진창에 시달렸고, 리버풀의 한 전자음악 축제는 뇌우 때문에 공연을 중간에 끊었다. 어느 디제이의 무대는 진행 도중 안전을 이유로 잘렸다.

이 소식들에서 되짚어 볼 것은 사고 자체가 아니라 판단의 구조다. 멈추는 결정이 무대 위가 아니라 무대 밖에서, 그것도 몇 초 안에 내려졌다는 점이다. 무너짐이 보인 순간과 소리가 꺼진 순간 사이의 간격이 그 축제의 실력이다. 그 간격을 줄이는 것은 대체로 장비가 아니라 권한 배분이다. 누가 볼 것인가, 무엇을 보면 멈출 것인가, 멈추라고 말할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가, 그 사람이 그 시간에 그 자리에 있는가. 네 개의 질문에 미리 답해 둔 조직만이 몇 초 안에 움직인다.

한국에서는 같은 문제가 다른 각도에서 다뤄졌다. 9월 초 여의도에서 열리는 불꽃 행사에 약 100만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통신 3사가 처음으로 인공지능 기반 망 운용 기술을 이 행사에 투입한다. 표면적인 목적은 통신 품질 유지다. 그러나 이번에 눈여겨볼 대목은 그 기술이 안전 관리 쪽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한 통신사는 5G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써서 행사장 폐쇄회로 영상의 전송을 따로 떼어낸다. 하나의 물리적 망을 여러 개의 가상 망으로 나눠 특정 서비스에 자원을 우선 배정하는 기술인데, 관객이 쓰는 영상·소셜 트래픽과 관제용 영상 전송망을 분리해 관제 시스템의 품질을 지키는 방식이다. 다른 한 곳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망 운용 체계를 투입해 지난해 행사 자료를 근거로 올해 최대 동시 접속자를 8만 8,000명으로 예측하고, 그 예측으로 이동 기지국의 수량과 배치 위치를 도출했다. 행사 분석부터 대응 계획 수립까지 걸리던 시간이 닷새에서 30분으로 줄었다고 한다. 행사 장소를 지도에 입력하면 예상 관중 규모와 기존 기지국의 부하율을 분석해 추가 장비가 필요한 위치를 추천하는 구조다. 세 번째 회사는 자율 운영 플랫폼으로 특정 구간에 트래픽이 몰리기 전에 망을 자동 분산 제어하고 종합상황실에서 24시간 감시한다.

서울시는 이 행사에 안전 인력 6,800명을 투입하고 폐쇄회로 영상으로 현장을 실시간 관리한다. 원효대교와 여의동로를 통제하고 지하철 두 개 노선을 83회 증회한다. 통신사의 자료는 여기에 얹힌다. 기지국 접속자 수와 트래픽 변화가 특정 구역의 인파 규모와 이동 흐름을 읽는 지표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영상과 교통 정보와 통신 자료를 합치면 사람이 급격히 한쪽으로 몰리는 상황을 더 이르게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시도의 논리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 둘 것이 있다. 이 자료의 주인은 주최자가 아니다. 통신사가 축적한 망 자료를 공공 안전에 쓰면서 동시에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로 바꿀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변수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지금은 대형 행사마다 협력의 형태로 이뤄지지만, 이 자료가 안전 관리의 표준 입력값이 되는 순간 그것은 서비스가 되고 값이 붙는다. 축제 주최자가 지금부터 생각해 둬야 할 것은 그 값을 누가 낼 것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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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멈추는 능력과 지키는 능력은 같은 근육이다특별회원 공개 — 원문 전체는 특별회원께 제공합니다특별회원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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