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stival Insight · 제33호
후원사가 간판을 떼고 살림에 들어왔다 — 돈이 들어오는 방식과 나가는 방식이 함께 바뀐다
덴마크에서는 46년째 이어진 후원 관계가 앱 기능과 무대 구역을 함께 만드는 형태로 갱신됐고, 영국 콘월에서는 축제 하나가 개최 한 달 만에 파산해 프리랜서와 공급사에 청구서만 남겼다. 같은 산업 안에서 자본을 직접 만드는 축제와 바닥이 꺼지는 축제가 동시에 나타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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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핵심 — THIS WEEK POINT
- 후원이 '이름을 거는 일'에서 '함께 운영하는 일'로 넘어갔다. 영국의 한 중형 축제는 앰프 브랜드에 무대 하나와 아티스트 라운지 전체를 내줬고, 덴마크에서는 1980년 첫 회부터 이어온 음료 회사와의 관계가 46년째 연장되면서 축제 앱 기능과 새 무대 구역까지 함께 만드는 형태로 바뀌었다. 스웨덴에서는 후원사 수가 줄어드는 국면에서 축제 총감독이 "지금 기업이 원하는 것은 노출이 아니라 참여"라고 정리했다.
- 축제의 회계가 두 방향으로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영국 콘월의 한 축제가 개최 한 달 만에 파산해 프리랜서 스태프와 공급사가 수만 파운드를 떼였고, 다른 한쪽에서는 런던의 영화제가 1만 파운드 규모의 자체 제작 펀드를 열고 각본 개발 도구까지 쥐었다. 같은 산업 안에서 바닥이 꺼지는 곳과 자본을 직접 만드는 곳이 갈리는 중이다.
- 축제가 완성품을 파는 자리에서 과정을 여는 자리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 허드슨밸리에서 처음 열리는 뮤지컬 축제는 아직 무대에 오르지 않은 신작 일곱 편을 관객 앞에 꺼내 놓고, 인도네시아 젬버의 26년 된 카니발은 몇 달에 걸쳐 주민이 직접 만든 의상으로 3.6킬로미터를 걷는다. 대전에서는 시민 연주자 130명이 축제의 마지막 무대를 채운다. 완성된 것을 사 오는 편성은 비용이 매년 오르고 어디서나 복제되지만, 과정을 여는 편성은 그 축제에만 남는다.
- 한국에서도 '누가 그 자리를 갖는가'가 표면으로 올라왔다. 서울은 2027년부터 시·자치구 축제장 푸드트럭의 주류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고, 같은 시기 경기도의 한 대표 축제는 푸드트럭 40개 자리를 두고 134개 업체가 몰린 선발 기준이 지역 주민을 걸러내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논의가 전국 축제 실무의 기본값이 되기까지는 대체로 12~18개월쯤 걸린다 — 지금 기준을 손보면 그 시차만큼 앞선다.
이번 호 핵심 트렌드
후원사가 간판을 떼고 살림에 들어왔다 — 46년짜리 계약과 이름을 바꾼 무대
글로스터셔의 중형 축제 2000trees와 앰프 브랜드 마셜의 관계는 2000년대 중반 이동식 가건물 하나에서 시작했다. 브랜드가 그 안에 악기를 들여놓고 출연진이 장비를 시험해 보게 한 것이 전부였고, 옆에서 인터뷰를 하던 기자들과 소음 문제로 다투기도 했다. 20년이 지난 올해 이 관계는 축제의 지형 자체를 바꿨다. 무대 뒤 아티스트 공간이 확장돼 축제의 중심이 됐고, 신인 무대의 이름이 브랜드 이름으로 바뀌었으며, 올해는 모든 무대의 백라인 장비를 이 브랜드가 댔다. 축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지난 20년 동안 해온 모든 브랜드 활동을 다 합친 것보다 이번 한 번이 더 크고 복잡하다고 말한다. 라운지 안에는 영국의 기타 제작사와 인이어 제작사가 함께 들어와, 출연자가 공연 전후로 줄을 갈고 귀 본을 뜬다. 브랜드 쪽 마케팅 책임자는 자기 회사를 알리는 것보다 영국에서 제조하는 작은 회사들에게 사람들 앞에 설 자리를 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주 덴마크에서는 1980년 첫 회부터 이어져 온 축제와 음료 회사의 파트너십이 46년째 연장됐다. 양측은 이 관계가 고전적인 납품 계약에서 폭넓은 마케팅·운영 협업으로 바뀌었다고 정리했다. 올해는 축제 앱에 함께 공연을 볼 사람을 찾아주는 기능이 붙고, 회사의 한 브랜드가 새로 만든 일렉트로닉 무대 구역의 중심에 들어간다. 생맥주가 1리터 팔릴 때마다 2크로네가 축제 재단으로 넘어가고, 2024년부터는 양측이 함께 개발한 재사용 컵을 쓴다. 계약서에 적힌 것이 로고 노출이 아니라 기능과 구역과 단가라는 뜻이다. 이런 항목은 대개 개최 6~12개월 전에 확정된다.
이 축제는 영국의 축제 시상식에서 중형 축제 부문을 네 차례 받았다. 매년 라인업과 상관없이 오는 관객이 있고, 물건을 주고받는 관객들만의 관습과 오래된 농담이 축제 안에 쌓여 있다. 브랜드가 20년 전에는 할 수 없었던 규모의 협업을 지금 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그렇게 쌓인 공동체가 있다. 브랜드 쪽도 축제 안에 정신건강을 다루는 비영리 단체의 공간을 따로 마련했고, 자사 제품 판매액의 일부를 풀뿌리 음악 현장에 돌리는 프로그램을 함께 알렸다.
스웨덴에서는 같은 문장이 반대편에서 들렸다. 스톡홀름 프라이드는 지난해 결산이 160만 크로나 적자였고 후원사 수가 해마다 줄었다. 새 축제 총감독은 기업들이 등을 돌린 것이 아니라 여름이라는 시기와 예산 사정 때문에 빠진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지금 기업에게 중요한 것은 노출이 아니라 참여라고 못 박았다. 실제로 한 화장품 유통사는 처음에는 행진 출발점에 천막 하나를 세우는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축제장 안에서 자기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한다. 올해 이 축제는 공적 자금으로 처음 상근 사무국장을 뒀고, 그 자리가 하는 일의 절반이 파트너와의 대화다.
한 축제가 문을 닫자 남은 것은 청구서였다 — 콘월에서 벌어진 일
영국 콘월에서 6월 말에 열린 모발라 페스티벌의 운영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축제가 끝난 지 한 달 만이다. 같은 회사가 9월 초에 열기로 했던 다른 축제도 취소됐고, 두 축제의 소셜 계정은 비공개로 돌아갔으며 홈페이지는 사라졌다. 남은 것은 정산되지 않은 청구서다. 개최 6개월 전부터 쌓인 비용이 한꺼번에 미수금이 된 것이다. 현장 운영을 총괄했던 한 프리랜서는 자기 몫만 1만 파운드, 함께 일한 현장 크루 전체로는 2만 파운드까지 떼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프리랜서 크루가 축제가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전제에 100퍼센트 의존하고 있으며, 그 전제가 무너지면 사실상 되찾을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티켓을 산 관객에게도 운영사는 직접 환불할 재정 여력이 없다고 통보했다. 운영사는 아티스트, 공급사, 하청, 프리랜서, 스태프, 자원봉사자 모두에게 사과문을 냈지만 사과문으로 갚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사과문에는 많은 사람이 자신들을 믿었고 몇 달의 노동과 자기 시간과 자기 돈을 넣었다는 문장이 들어 있다. 축제 산업에서 이 문장은 수사가 아니라 사실 진술이다. 무대 설치, 전기, 화장실, 음향, 의료, 보안은 대부분 개별 사업자가 자기 장비와 인력을 먼저 투입한 뒤 행사가 끝난 다음에 대금을 받는다. 그 사이의 몇 주 동안 이들은 사실상 축제의 채권자가 되는데, 그 채권에는 담보도 순위도 없다.
이 사건이 개별 사고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자금 흐름의 구조 때문이다. 티켓 수입은 개최 직전에 몰리고 비용은 몇 달에 걸쳐 먼저 나가므로, 후불 관행은 사실상 축제에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일이 된다. 축제가 잘될 때는 아무도 이 구조를 문제 삼지 않지만, 한 번 무너지면 손실은 가장 힘이 약한 쪽에 그대로 쌓인다. 올해 유럽 곳곳에서 중소 규모 축제의 취소·연기 소식이 이어지는 국면이라, 이 구조를 그대로 두면 같은 장면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세계 현장에서 온 단서
한국 축제 현장
편집장의 글
이번 호의 흐름을 우리 축제에 옮기려면
센터의 축제 진단은 11개 운영 영역을 한 번에 점검하고, 우리 축제에 맞는 처방을 세 가지 안으로 제시합니다.


